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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왜 사막행성이 되었을까?



태양계는 정말 특이하다. 평범한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은하에서 상위10퍼센트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진  태양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행성대를 기준으로 안쪽에는 암석행성, 바깥쪽에는 가스행성이 4개씩 존재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행성이 태양의 적도면을 따라 공전하는 등, 태양계는 우연치고는 너무 정교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



 또한 태양계에는 소위 골디락스존이라 불리우는 영역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생명이 번성하는 지구가 있는 반면 골디락스존의 양 가장자리에 위치한 금성과 화성은 생명이 살 수 없는 극단적인 환경을 지니고 있다. 1편에서 우리는 오늘날 금성이 왜 불지옥행성이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가장 큰 요인은 태양과 가깝기 때문이었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온실효과 폭주'가 발생하여 금성을 수성보다도 더 뜨겁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은? 화성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오늘날과 같은 차가운 사막행성이 되었을까?



 화성은 금성과 더불어 20세기 천문학자들을 매료시킨 행성 중 하나이다. 금성이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면, 화성은 지구와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들을 흥분시켰을 것이다.



 화성의 극관 극지방에 존재하는 얼음덩어리인(대부분이 드라이아이스지만) 극관,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구름, 기울어진 자전축으로 인해 확인할 수 있는 4계절의 징후 등등.. 푸르른 초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빼면 지구와 쏙 빼닮은 행성이다.


 망원경으로 관측된 화성의 구름 

 일부 천문학자들은 화성의 극관을 보고 여름에는 이들이 녹아 작지만 호수를 만들어 초목이 성장할 것이라고 상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화성은 20세기 공상과학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행성이 되었다. 화성 표면에 보이는 물줄기를 보고 지적생명체가 파놓은 운하라고 주장하는 공상소설도 있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는 화성에 존재하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영화 등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이렇듯, 천문학자를 비롯한 대중들은 화성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영화 우주전쟁(2005) 중 한 장면 

 천문학자들은 탐사선을 보내어 화성을 낱낱히 파헤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화성 지하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얼음 형태로 묻혀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군데군데 보이는 물줄기는 과거의 화성은 한때 지구와 유사한 환경이었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듯 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질문이 떠오른다. 왜 오늘날 화성은 물한방울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행성이 되었을까?

  영화 마션(2015) 중 한 장면 

 이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상당 부분 지지를 얻는 이론은 'runaway icehouse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다. 이 용어를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빙실효과 폭주'쯤 될 것이다(<->온실효과 폭주). 도대체 어떤 현상이길래 화성을 오늘날과 같이 만들었을까? 화성의 빙실효과 폭주를 설명하기 위해선 화성에 물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봐야 한다.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의 물의 기원에 대해 으레 설명하듯, 화성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다량의 수분을 머금은 혜성의 지속적 충돌이나 수증기,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을 머금은 화산폭발과 같은 현상으로 화성에 물이 공급되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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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폭발, 혜성충돌 등으로 화성에 지속적으로 물이 공급된다. 이렇게 수백만년, 수천만년동안 계속된 공급은 오늘날 화성표면의 1/3 이상을 채우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1/3이라는 수치는 수 년간의 화성탐사로 파악한 고대 화성의 해안선 분포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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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화성의 컨셉아트 그러나 화성은 태양으로부터 약 1.5AU만큼 떨어져있다. 즉 태양-지구 거리보다 1.5배 더 멀다는 뜻이다. 그래서 화성은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의 50%도 못받게 된다. 이때문에 화성은 빠르게 식어갔는데, 이렇게 해서 발생한 액체상태의 물은 생명의 보고라 불리우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는 재앙을 화성에게 선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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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은 강력한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기도 하지만 지상에 있는 온실가스를 냠냠하여 지표로 내려앉기도 했다. 고대 화성에 존재했던 온실가스로는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액체상태의 물이 생겨나면서 이들 온실가스가 물에 녹기 시작한 것이다. 안그래도 지구의 1/2도 안되는 태양에너지로 먹고살아야 했던 화성은 온실가스가 없어지자 이 에너지마저 제대로 보존할 수 없게 되었다. 화성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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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가스의 부재로 화성의 온도는 떨어지고, 표면에 존재하던 물은 얼어붙어 알베도(반사율)를 높여 화성으로 공급되는 태양에너지를 반사시켜버렸다. 태양에너지를 반사시키면 화성의 온도는 더욱 떨어지게 되고, 이는 더 많은 물을 얼어붙게 한다. 물이 더 얼게 되면 알베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고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반사시켜 화성의 온도를 더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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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자기장, 대부분은 소실되었고 지표의 철 등에 의해 여자된 국부적인 자기장이 존재할 뿐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화성의 크기때문에 자기장은 빠르게 소실되었다. 자기장이 소실되면서 대기를 보호할만한 방패막이 약해졌으며 이 약해진 틈 사이로 태양풍을 비롯한 강한 하전입자(전하를 띤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비집고 들어가 대기 상층부를 박살내기 시작한다. 이러한 태양풍의 공격은 금성의 경우와 아주 유사하다. 금성에서는 높은 열 때문에 증발한 수증기가 하전입자를 맞고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 후 우주로 탈출해버렸는데, 이는 화성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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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정이 무현반복되면서 화성은 얼어붙어버렸고, 그나마 존재하던 물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강력한 하전입자에 의해 분해되어 우주로 도망가버렸다. 이렇게 온실가스를 머금은 물은 얼어붙어 긴 세월이 지나 화성 지각 아래로 숨어버렸고, 물이 분해되고 남은 산소는 지상에 존재하던 철과 결합해 산화철을 만들어냈다. 산화철은 화성을 오늘날과 같이 붉게 만들었으며, 얼어붙은 물은 화성 지표 아래에 영구동토층을 만들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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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남아있던 물은 지표 아래로 들어가 영구동토층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빙실효과 폭주라 불리우는 현상이다. 위의 일련의 현상을 요약하자면, 혜성충돌과 화산폭발로 화성 지표면에 물이 서서히 공급되기 시작 -> 화성이 점차 식어감에 따라 수증기 형태로 존재하던 물은 액체상태로 변하여 지상으로 내려옴 -> 물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흡수 ->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 급감으로 온도 하락 -> 물이 얼어붙으면서 알베도 증가 -> 얼음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를 반사하여 온도 하락 -> 물이 더 많이 얼어붙음 ->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반사.... -> ......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빙실효과 폭주는 극복할 수 없는 현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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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역사에서도 빙실효과 폭주가 일어났던 시기를 찾아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8억년 전, 지구는 두께 수km의 얼음으로 뒤덮힌 얼음지옥의 시기를 겪었다. 이 상태는 수백만년정도 이어졌다고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구의 빙실효과 폭주에 대해선 여러가지 학설이 존재하나, 가장 그럴듯하다고 여겨지는 이론은 지각변동으로 인한 온실효과 소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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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륙 로디니아 모식도 당시에는 로디니아(rodinia)라는, 소위 초대륙이 존재했었다. 이 초대륙은 수천만년동안 유지되다가 약 8억~5.5억년전 사이의 시기에 갈리지게 되는데, 이렇게 갈라지면서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 지각변동의 여파로 칼슘과 이산화탄소가 결합하여 탄산칼슘을 만들어내는 반응이 폭주했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되어(1500ppm -> 500ppm으로 급감) 빙실효과 폭주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구에서의 빙실효과도 화성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났다. 온실가스가 줄어들어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졌고, 극지방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렇게 얼어붙은 부분은 알베도를 높여 지구의 온도를 더욱 낮추었고, 그에따라 더많은 부분이 얼어붙었다. 이 과정이 무현반복 되면서 지구는 커다란 얼음공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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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두 행성은 어떤 차이가 있었길래 하나는 그것을 극복하여 생명이 번성하게 되고, 하나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여 지옥이 되었을까? 대표적으로 태양과의 거리, 자기장의 유무 등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과학자들은 지구의 판구조론을 먼저 꼽는다. 판구조론은 지각이 여러개의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내용을 다루는데, 지구가 얼음지옥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 바로 이 판의 이동으로 인한 지속적 마찰열을 낼 수 있었다는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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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판구조론은 또다른 중요한 상호작용을 낳는다. 판이 맨틀 속으로 들어가거나 맨틀의 구성물질이 지표로 나오면서 지각과 맨틀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탄소 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즉 공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지표나 바다에 흡수되고, 흡수된 이산화탄소가 판을 따라 맨틀 아래로 흡수되거나, 흡수되었던 이산화탄소가 화산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양은 꾸준히 유지가 되어 빙실효과 폭주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게 된다. 판구조론이 낳은 탄소순환이 빙실효과로 얼어붙은 지구를 다시 푸른 행성으로 만들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즉, 지표가 얼어붙어 탄소가 맨틀로 흡수되는 길은 막혔는데, 화산으로부터 공급되는 이산화탄소는 꾸준했기 때문에 지구의 온실가스 농도는 점차 상승하게 되었다. 결국 충분히 높아진 온도로 얼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마침내 얼음지옥의 시기를 벗어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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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을 보면 지구에 비해 화산의 개수가 현저하게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이 목성의 조석력에 의해 쥐어짜지는 경우에는 지각이 판구조론을 따르지 않아도 화산활동이 활발할 수 있다. 허나 그런 특이한 조건이 없는 화성을 감안했을때 화성은 지구와는 다르게 지각이 여러개의 판으로 구성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판구조론에 의해 발생되는 탄소순환 역시 거의 없었을 것이며 이는 화성이 빙실효과 폭주를 극복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화성의 모든 물은 증발해서 사라지거나 지표 밑으로 기어들어가 동토가 되어 황량한 사막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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